아직 파리에 가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내 머릿속의 파리는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이미지 그대로이다.
실제로 파리에 가본 사람들 중에는 파리 신드롬이라는 것이 생길 정도로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끼는 경우도 많다지만,
내게 파리는 아직 이상 그 자체.
그리고 그 이상을 더욱 짙게 만들어 줄 만한 전시 '미드나잇 인 파리'에 다녀왔다.
처음 전시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러니까 어떤 전시인지 정확하게 알아보지도 않은 채
그저 '파리 사진전'이라는 이유만으로 표를 샀다.
주말에는 영상 편집으로 바쁘기도 하고 최근 코로나 때문에 관람 일을 미루다 전시가 끝나기 하루 전 방문했다.
영상 촬영은 금지이지만 사진 촬영은 가능한 전시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감명 깊은 사진을 담아갔다.
수많은 사진들 중 내가 처음으로 담은 사진은 마크 리부의 거리의 상담사.
그 이유는 거리의 상담사 자체가 매력적이어서.
나는 어릴 때부터 누군가의 고민을 듣고 솔루션을 나누었다.
중학교 때는 학교에서 운영한 익명의 또래 상담자 활동을 하며 큰 보람을 느꼈고,
지금은 유튜브를 통해 구독자 분들과 고민을 나누고 있다.
나와의 대화를 통해 누군가가 보다 나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상담하면 병원에서 만날 수 있는 정신과 의사, 상담소에서 만날 수 있는 상담사인데,
정신의학과 심리학 공부를 통한 그들의 상담과 달리 거리에서 수많은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 지혜를 쌓은 거리의 상담사.
지금 내가 파리에 간다면, 거리의 상담사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그의 진짜 지혜와 내공을 느껴보고 싶다.
언젠가 거리의 상담사로 거리에 나가 보고 싶다.
매년 7월 14일 파리는 프랑스 혁명 기념일인 바스티유 데이를 축하하기 위해 떠들썩한 축제의 장으로 변신한다고 한다.
국경일에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애국심과 흥겨움에 취해 춤을 추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다.
내가 아는 국경일은 쉬는 날, 모든 TV 채널에서 행사를 생중계 하는 날 정도인데.
이렇게 나라의 경사스러운 날을 모두가 거리로 나가 진심으로 축하 할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다.
이왕이면 파리 여행은 7월 14일에 방문해 사람들이 어떻게 즐기고 기뻐하는지 보고 싶다.
아마도 카페의 마감 시간.
테라스에서 키스를 나누고 있는 연인과 그 옆에서 그들의 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려주는 웨이터.
삶에 가장 반짝이는 순간을 방해하지 않는 노년의 웨이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지나온 시간에 대해 간과하고 가볍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소위 꼰대라는 단어가 탄생한 오늘날.
반면에 젊은 이들의 빛나는 시간을, 젊음을 존중해주는 노년이 멋지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파트 타임으로 고용하기 때문에 나이가 어린 웨이터, 웨이트리스가 많지만
유럽에서는 한 카페, 레스토랑에서 수십년을 일한 중년 노년의 웨이터와 웨이트리스가 많다.
스스로의 일에 자긍심을 느끼는 프로페셔널한.
우리나라에서 서비스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여겨져 박봉에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이 많다.
크루즈 승무원으로 서비스직군에서 일했던 나로서는 이 점이 굉장히 아쉬웠다.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야말로 누가 하느냐에 따라 하늘을 걷는 기분 일 수도 땅 밑으로 떨어진 기분 일 수도 있는 것인데.
파리의 카페는 우리가 생각하는 카페가 아니다.
파리의 카페는 일종의 아카데미이며 지식과 정보가 공유되는 커뮤니티이다.
이 글을 읽자마자 떠오른 미드나잇인 파리의 한 장면.
영화 속에서 나온 카페는 카페 레 되 마고이고, 그 곳에서 수많은 에술가와 지식인들이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며 사교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파리에 가면 수 많은 예술가들이 머물렀던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써야지.
그런 커뮤니티를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
요즘 공간 대여에 관심이 많은데 그 공간에서 한 달에 한번정도 자신의 예술과 철학을 나누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은 내가 포기하지만 않으면 언젠간 할 수 있지.
시선을 끌 수 밖에 없는 따뜻한 색감, 에펠탑, 연인의 그림자. 낭만적이다.
내게 아직 파리는 이상 그 자체인만큼 파리는 낭만적일 것 같다.
그리고 사진의 연인의 얼굴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림자로 보이는 만큼.
사진의 그림자에 나를 투영하기가 더 쉬웠다.
스쿠터를 타본 적은 없지만 파리라면 좋을 것 같다.
아직은 명품에 크게 관심이 없어 내가 산 명품 가방 하나 없지만,
클래식의 끝인 디올의 레이디백과 나의 이름을 새길 수 있는 디올의 북토트백은 처음으로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패알못인 내가 보아도 너무나 아름다운 디올의 원피스를 보았다.
나의 결혼식 로망은 스몰 웨딩인 만큼 결혼을 하게 되면 디올의 원피스를 입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역시 클래식은 영원하지.
전체적인 전시 감상평
파리에 대한 나의 이상을 짙게 만들어줄 만큼 충분히 아름답고 다채로웠다.
가고싶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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