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의 일상이 더욱 갑갑하게 느껴졌다.
눈을 감고 이성적으로 가만히 생각하면 감사할 일 밖에 없는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날개를 묶어 새장 속에 갇힌 새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은 나를 일상이 옥죄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책 빅 매직에서도 이런 나의 심리상태에 대한 내용을 다루어 읽으면서 깜짝 놀라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었는데,
나의 일상이 문제가 아니라 창조적인 삶을 사는 창작자가 되겠다 결심한 나는 회사원으로 사는 나의 하루가 지루하고 견딜 수 없었던 것.
때마침 저렴해진 제주도 비행기 값에 — 비행기 표를 구매할 때는 아직 제주도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없었다. —
일상을 벗어나 제주도로 떠나기로 했다.
여행에 갈 때는 언제나 책을 한 권씩 챙겨가는 데 이번 여행은 회사원에서 벗어나 창작자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원작자인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 매직: 두려움을 넘어 창조적으로 사는 법]
빅 매직을 읽으며 여행 내내 창작자로서의 삶에 대해 흠뻑 빠질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앞으로 내가 창작자로서 가져야 할 마인드의 바이블로 삼을 만한 책이었다.
1. 두려움은 지루한 하루를 가져올 뿐.
P. 32 나는 드디어 내 두려움이 지루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내 두려움은 변화하지도 않고, 기쁨을 느끼지도 않고, 그 어떤 놀랄 만한 반전이나 예상치 못한 결말을 가져오지도 못했다.
평소 내가 어떤 일을 "해볼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고민하는 내 자신에게 전하는 말은
"일단 무조건 해보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이다.
정말이다. 정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할까? 말까? 내가 할 수 있을까? 안 하면 후회할까? 재능이 없는 것 아닐까? 비웃음을 사지 않을까?
이런 고민들은 정말 아무런 힘도 없어서 고민을 해봐야 머리만 아프고 아무리 고민해봐야 아무것도 알 수 없는데
우리는 이 선택이 가져올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쓸데없는 고민만을 계속한다.
나 역시 지속했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지루한 하루를 살지 않기로 결심했고,
그때부터 나의 하루, 나의 삶은 바뀌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2. "나와 같이 일하고 싶어요?"
P. 51 착상은 당신의 흥미를 붙잡아 두기 위해서 적절한 우연이나 징후들이
당신 앞에 불쑥 나타나 나뒹구는 상황을 마련할 것이다.
착상은 당신이 그것에 완전히 집중하기 전까지는 당신을 도무지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고요함이 다가온 어느 순간에 그 착상은 당신에게 가만히 이런 질문을 던진다.
"나와 같이 일하고 싶어요?"
한 가지 소재, 주제에 영감을 받고 나면 정말 신기하게도 이런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하루 종일 그 영감이 나를 따라다니며 이야기에 살이 붙고 변형되며 내 머릿속 한쪽에 자리 잡고 앉아 몸집을 키워간다.
착상이 내게 협업을 제안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재미있다.
지금도 한 착상이 내게 같이 일하고 싶냐고 제안을 하고 있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멜로스러운 작업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 이를 통해 재밌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쓸 수 있으면 좋겠다.
3. 그 성취와 이 세계의 보상은 사실상 별개이므로
P. 150 나는 누군가에게 그들 스스로 무엇인가를 성취할 수 있고,
그 성취와 이 세계의 보상은 사실상 별개이므로 혹시 세계로부터 즉각적인 보상이 없더라도
자신의 성취를 자랑스러워하라고 말한다.
우리가 가장 흔히 하는 성취에 대한 오해가 '성취에는 보상이 따른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보상이 뒤따르는 성취만이 진정한 성취이다.'인 것 같다. 실제로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할 때가 있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항상 경계하고 있다.
내가 고민과 노력 끝에 영상을 하나 만들었다면 혹은 극본을 한편 썼다면 이건 엄청난 성취이다.
쉬고 싶거나 놀고 싶은 마음에도 그것을 위해 시간을 냈고, 중간중간 막힐 때에도 포기하지 않고 고민했으며, 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릴 때에도 스스로를 지지하며 완성을 해낸 것은 그것만으로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엄청난 성취인 것이다.
그런데 나의 노력과 성취가 보상이 비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성취에 대한 주도권을 내게서 타인에게 넘겨주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애썼는지와는 관계없이 사람들이 좋아하고 찾아주어서
그에 맞는 금전적 보상 혹은 명성을 얻을 수 있어야만 '성취했다.'라고 할 수 있게 되는 것.
이 얼마나 슬프고 안타까운 일인가.
이 세계의 보상과 관계 없이 나는 나의 성취를 즐기고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그리고 내게서 나온 글과 영상 어떤 것도 자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는 걸. 정말로.
4. 당신이 만들어 낸 작용에 따른 반작용은 당신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P.161 나는 이 여성이 내 책을 원하는 대로 마음껏 오해하고 오독할 천부적인 권리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 현실을 잘 인식하는 것— 당신이 만들어 낸 작용에 따른 반작용은 당신에게 속한 것이 아니다. — 은 건전한 분별력을
유지하면서 창작을 지속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다 보면 그 어떤 창작 활동보다 빠르고 쉽게 사람들의 반응을 받아 볼 수 있는데
조회 수과 시청 지속시간 등은 물론이고 좋아요와 싫어요 그리고 댓글로.
그렇기 때문에 내 이야기 혹은 나 자신에 대한 오해나 판단과 평가들을 여과 없이 볼 수 있다.
얼굴이 별로다 하는 외모 평가 댓글도 있고 —오히려 이런 건 별로 기분이 나쁘진 않다.—
선정적인 댓글 —내가 유일하게 지우는 댓글—
그리고 너의 생각을 오해하고 잘 못 되었다며 지적, 비난하는 댓글이 사실 제일 기분이 좋지 않은데
—그렇다고 그에 반박하거나 댓글을 지우거나 하진 않는다. 표현하고 싶으셨다면 그렇게 하시도록—
이 문장을 읽고 생각을 다시 하게 되니 마음이 정말 편해지고 의식이 또렷해졌다.
나의 힘은 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작용까지만 미치지 그 창작물이 세상에 나가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반작용까지는 나의 힘이 미칠 수 없다. 그러니 '저 사람이 왜 저렇게 받아들이지?' 혹은 '내 이야기는 그것이 아닌데!' 할 필요도 권리도 없는 것. 내가 나의 창작물을 세상에 놓은 순간 사람들에겐 마음껏 자신의 눈으로 나의 창작물을 볼 권리가 생기는 것이니.
6. 난 그냥 작가가 되겠다고 온 우주를 향해 맹세한 거라고!
P. 226 "나는 온 우주에 대고 내가 위대한 작가가 되겠다고 한 적은 없어. 젠장! 난 그냥 작가가 되겠다고 온 우주를 향해 맹세한 거라고!"
내가 작가가 되겠다고 선언을 한 것은 웹툰 여중생 A의 한 장면을 보고서였다.
나한테는 정말 삶이 바뀔만한 생각의 변화를 만들어 준 장면이라 저장하지 않았을 리가 없어 구글 드라이브를 찾아보니 우연히 캡처된 핸드폰 배경화면에서 찾을 수 있었다. —평소 정말 잊지 않고 싶은 문구를 잠금화면에 설정해둔다.—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데뷔, 등단, 출판만을 꿈꾸는데, 이는 '작가'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작가는 창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지 책을 출판한 사람, 데뷔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한 권 출판했지만 평소에 글을 쓰지 않는 사람과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판한 경험은 없지만 매일 글을 쓰고 세상에 내어 놓는 사람 —블로그, 브런치, 유튜브 등 요즘엔 세상에 내 창작물을 내놓을 공간이 넘쳐나니까— 중 누가 창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라 부를 수 있을까?
이 사실을 깨달은 뒤 나는 작가가 되겠다고 온 우주에 선언했다.
그러고 나니 '언젠가 내 책이 나오면~'이나 '언젠가 내가 작가가 되면~'이 아니라 매일 같이 꾸준히 고민하고 창작하는 작가, 창작자의 삶을 살 수 있게 되었고, 올해 나의 시나리오가 무대에 오르는 데뷔를 앞두고 있다.
생각이 삶을 바꾼다. 작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 나는 작가가 되었다. 위대하진 않지만, 그래도 작가.—이와 관련해 영상을 만들어봐도 좋겠다 생각이 든다.—
7. 내 존재의 모든 분자 구조들이 언제나 나를 이쪽 계통의 일로 이끌어 왔으니까.
P. 281 내 존재의 모든 분자 구조들이 언제나 나를 이쪽 계통의 일로 이끌어 왔으니까. 언어, 스토레텔링, 자료 연구, 구조화된 이야기의 서술 쪽으로. 만약 내 운명이 그걸 원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나를 작가로 만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 나에게 "제가 이 일에 재능이 있는지 모르겠어요."하고 상담할 때에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 일에 관심을 가지고 하고 싶다는 것 자체가 당신이 재능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정말 그쪽에 재능이 없다면 그 일이 좋아지지도 관심이 가져지지도 않는다. 내가 운동 쪽에 한 번도 뜻이 없었던 것처럼.
생각해보면 '창작자'라는 꿈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 정말 내 존재의 모든 분자 구조들이 나를 이쪽으로 이끌어왔다고 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놀기 보다도 혼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했고, 학창 시절 시험기간에도 열람실에서 책 읽기에 빠져있기 일쑤였고, 인터넷 소설이라는 것이 나왔을 때 혼자 이런저런 글을 써보기도 했고, 블로그에 글도 적어보고.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과연 작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에 시작이 미루어졌었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내가 과연 재능이 없고 이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면 이렇게나 이쪽 길에 깊게 끌렸을 수 있을까? 이렇게나 이 길을 벗어나지 않았을 수 있을까?
나를 놓지 않아 준 나의 운명에게 고맙다.
8. 인터넷에서 딱 1분을 들여 검색해 본 결과,
P. 311 내 뒤뜰을 장식하고 있는 아름다운 붓꽃들은 어디서 왔을까? 인터넷에서 딱 1분을 들여 검색해 본 결과,
내 붓꽃들은 뉴저지에 원래부터 존재하던 토박이 종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들은 사실 시리아에서 왔다.
그것을 발견해 냈다는 게 뭔가 멋져 보였다.
전에 영상에서도 비슷하게 다루었던 적이 있는 주제인데, —핑프족 관련 영상—
나의 세상이 넓어질 수 있는 나의 색이 좀 더 진해질 수 있는 가장 쉬운 그리고 확실한 방법은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을
그냥 넘어가지 말고 검색해보는 것이다.
진짜다. 나의 세상이 확장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9. 당신은 그저 창조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거든
P. 334 "당신은 그 결과에 상관없이 충분한 가치가 있어. 소중한 사람아, 당신은 그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당신의 작업을 만들어 낼 거야. 당신은 그 결과에 상관없이 계속해서 당신의 작업을 다른 이들과 나눌 거야. 당신은 그저 창조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거든."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위대한 작가는 아니다. 아직일지 앞으로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아니다.
나는 대박 유튜버도 아니다. 이도 아직일지 앞으로도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아니다.
심지어 이모티콘은 지금 만들고 있는 이모티콘이 승인이 될지 안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기를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가 나의 창작물을 보고 좋은 영향을 얻고 또 공감과 위로를 받았다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즐겁고 나의 창작물을 볼 때 너무나 기쁘니까.
역시 나는 그저 창조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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