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뽕이 차오르는 책이었다.’ 이어령의 [한국인 이야기: 탄생. 너 어디에서 왔니?]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 나의 감상이다. 헬조선을 입에 손에 달고 사는 또래와 달리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나이지만, 국뽕이라는 말은 써본 적이 없다. 듣기 좋은 말을 읽고 모으고 쓰는 작가이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서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이 감정을 이 자랑스러움과 경이로움을 ‘국뽕’이라는 단어가 아니고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우리 선조들은 어찌 그리도 지혜롭고 정이 넘쳤는지. 필자의 첫인상이 될 첫 과제의 첫 단어를 국뽕이라는 막말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는 이 책에서 저자가 가르쳐준 우리의 막 문화에 대한 긍지 덕분이다. 막말이면 어떤 가. 나라 국國에 헤로인을 칭하는 뽕이 합쳐진,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최고의 경지로 마치 뽕에 취한 듯하다.라는. 이 말보다 나의 감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없는 것을.
이 책은 한국인이 잉태되어 귀가 빠지고 기저귀를 찬 채 포대기에 업혀 자라 돌잡이를 하고 걸어 나들이를 가는 이야기다.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외국인들과 붙어 일하면서 한국인만의 마인드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그 의문이 모두 해소됨과 동시에 한국인에 지혜에 감탄하며 국뽕이 차올랐다.
‘왜 한국인은 날 때부터 한 살일까?(자고로 나이는 어릴 수 록 좋은데)’
‘왜 아이를 업어 키울까? (오다리 안짱다리가 될 수 있다는 데)’
‘왜 한국인은 이렇게 엄마와 자식 간의 애착이 강할까?(그래서 아이들이 독립적이지 못한데)’
이 모든 것은 엄마와 아이의 상호작용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냥 아가~가 아닌 까꿍이 쑥쑥이로 이름 붙일 정도로 뱃속에서부터 이미 사람 취급을 한 우리 한국인은 뱃속에서 이미 한 살을 먹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서양처럼 스와들해서 분리 양육하는 것이 아닌 포대기에 업어 키운 한국인의 엄마는 엄청난 모성애로 자식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이었다. 한국인인 내가 외국인처럼 눈 앞의 현상만을 보고 그 너머의 통찰과 진실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 안타깝다.
실제로 우리가 오랫동안 진리처럼 여겨온 아이를 배고 낳아 키우는 지혜들이 선진국의 얕은 과학과 의학이 들어오며 미개하다 여겨졌었다. 기억하기로 나의 사촌 남동생은 태어나자마자 병원에서 포경수술을 했다. 이 또한 세 살 이전의 기억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서양의 발상에서 나온 행동일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스와들만큼이나 끔찍한 일이다. 서양에서 들어온 그 ‘과학’이 더 발전함으로써 그 지혜들이 미개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요즘, 이 책은 한국인의 탄생과 육아의 key인 상호작용에 대해 끊임없이 말하고 있다.
서양의 문화가 선진의 것이라는 오해 때문에 우리의 많은 문화가 미신처럼 여겨지며 사라졌지만 아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문화 또한 많다. 돌잡이가 그렇다. 책에서 저자는 돌날 붓을 잡았고 20대부터 평생을 글을 썼다고 한다. 필자 역시 돌잡이로 연필을 잡았는데 항상 어머니는 “우리 똘똘이는 돌 때도 연필을 잡아 공부를 잘해서 외교관이 될 거야.”라고 하셨는데 나는 항상 작가를 꿈꾸었고 왜 나는 외우는 공부보다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게 좋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책 지 필연 묵을 잡은 것의 뜻은 문장으로 크게 된다. 는. 것이었다니 역시 돌잡이 해석에도 어머니의 욕망이 들어있었구나 싶다. 그리고 나의 모든 DNA가 작가가 되기를 꿈꾸었구나 역시 이 길이 나의 천직이구나 하며 나의 꿈에 당위성을 얻은 것만 같다.
책에서 저자가 여러 번 반복한 문장이 있다. ‘인터넷 숲 속에서 호미 대신 마우스를 들고 찾아낸 산삼이다.’하는 문장이다. 정말 재미있는 문장이라 기억에 남았는데 여지없이 책의 후반 부에 호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유튜브에서 외국인 할머니가 호미를 들고 원예를 하는 동영상을 보고 역시 한국이의 지혜는 엄청나다 하고 생각했던 경험이 있는데, 이 책은 호미의 편리성뿐 아니라 호미가 가진 의미에 대해 다룬다. 그것이 이 책의 매력이다. 나물을 캐는 호미는 잡초를 골라내는 호미와 달리 기쁨과 보물을 캐는 도구이다. 이렇게 저자는 가짜 뉴스, 루머 그리고 진짜 세상에 대한 사람들의 진지한 고찰이 섞여 있는 인터넷이라는 숲에서 호미 같은 마우스를 들고 보물을 캐내어 자신의 통찰이라는 양념에 무쳐 소담스러운 한상을 차렸다. 34년생의 저자가 차려 놓은 한상을 32살 먹은 필자는 “감사합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하고 잘 먹었다.
최근 깊이 고민하고 걱정한 것이 있었다. ‘과연 내가 몇 살까지 낯선 신문물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멈추지 않을 수 있을까? 였다. 고작 32살인 필자가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이 우습긴 하나 큰 산과 같은 어머니가 익숙하지 않은 두려움에 오래된 핸드폰을 바꾸기를 망설이는 모습에 그런 걱정이 생겼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정확하게는 이 책의 저자인 이어령 님을 알게 되며 그 걱정이 눈 녹 듯 사라졌다. 34년생의 저자가 정보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AI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니. 나도 눈 감는 순간까지 꼬부랑 할머니가 될 때까지 배우고 생각하고 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통찰에 반해 ‘이어령 교수’를 검색해보았는데 정말 호호 할아버지이셨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그렇다면 ‘ 이건 왜 그런 거지?’하고?’ 질문이 생기면 그 호호 할아버지가 여지없이 다음 문단에서 그 답을 해 주셨다. 식민지의 아이로 태어나 AI까지 통달한 호호 할아버지와 즐거운 지식의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다. 또 놀라운 것은 저자와 7월에 그랜드 마스터클래스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수많은 연사 중 한 분이셨던 이어령 님께서 한국인에 대한 나의 의문을 풀어준 호호 할아버지가 되셨다. 그것은 내게 그냥 아가가 쑥쑥이가 되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역시 인연과 한국인은 알면 알수록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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