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외출은 내 새끼밖에 모르는 우리 엄마들의 이야기다.
포스터를 보자마자 알았다. ‘아 이 드라마 슬프겠구나.’
개인적으로 마음의 짐은 내 삶의 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에 슬픈 드라마를 즐기지는 않지만,
외출을 보고 역시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는 이렇게 슬프고 아플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드라마는 이렇게 진짜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할 때 빛을 발한다.
외출은 여성의 전통적인 역할과 오늘날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의 충돌에서 시작된다.
엄마의 희생과 노력으로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남성과 동등한 위치에서 사회 활동을 하던 딸이
엄마가 되면 이제 그 딸도 자신의 딸을 위해 희생과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변하였으나 전통적인 역할은 변하지 않았으니 육아의 가장 큰 책임은 엄마인 딸이 지니고,
그 딸의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나이 든 엄마는 자신의 딸의 딸을 기른다.
이렇게 내 새끼밖에 모르는 우리 엄마들은 튼튼한 성처럼 내 새끼를 지키다 내 새끼에게 일이 생기는 순간
와르르르 무너지고 만다. 이 작품은 왜 엄마 혼자 딸과 그 딸의 딸까지 지켜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
왜 남편, 아빠, 회사, 국가는 이들을 지키지 않는가?
왜 현대 사회에 저출산이 큰 문제라 하면서 아무도 엄마를 지켜주지 않는가?
하나 둘 주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 역시 여성으로서, 그리고 우리 엄마의 딸로서 깊이 공감하고 정말 많이 울며 드라마를 보았다.
그리고 엄마랑 함께 보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 드라마가 요즘 넘쳐나는 사랑 이야기, 판타지가 아닌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를 다룬 점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점은 그 어떤 것도 억지스러운 것이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본 드라마 중에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전혀 받지 않은 드라마는 외출이 유일했다.
배우들의 연기부터 사건, 이야기 흐름, 캐릭터까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깊게 공감했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보았다.
특히, 내가 생각하는 진짜 사람 이야기, 진짜 드라마는 공감하지 못하는 구석이 없어야 말이 된다.
그러니까 드라마 루갈에서 말하는 절대 악 같은 것이 아니라 외출의 시어머니 (이미영)처럼 얄밉긴 해도
‘그래 그럴 수 있지.’하며 미운 캐릭터도 공감이 되는 그런 면이 있어 더없이 좋은 드라마였다.
2부작이어서 아쉬웠지만 그래서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장면이 유의미하게 펼쳐질 수 있었으니.
오랜만에 좋은 드라마를 본 것 같아 좋았고,
슬픈 이야기가 진짜 우리가 사는 이야기인 만큼 피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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