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신의 선물이라면 망각은 신의 축복이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신의 축복을 받지 못한 남자와 신의 선물을 버린 여자의 이야기이다.
인간은 신의 축복인 망각보다 신의 선물인 기억에 더 집중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인간이 기억하지 못하는 삶은 익숙하지만 망각하지 못하는 삶이 어떠한지 알지 못해서일 것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사회 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없어선 안될 ‘기억’.
때문에 언제나 어떻게 하면 더 기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수많은 논의와 연구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기억’이 너무나 무거운 짐이 되어 그 무게를 견딜 수 없을 때
인간은 신의 선물이라는 ‘기억’을 스스로 놓아버리기도 버리기도 한다.
만약 신의 축복을 받지 못하여 그 고통스러운 기억의 모든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면 어떠할까?
<그 남자의 기억법>은 신의 축복을 받지 못한 남자 이정훈(김동욱)을 통해
인생에 가장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 엄마는 좋은 기억을 많이 할 수 있어 좋은 거라고 했지만 저는 아닌 것 같아요. 나쁜 것도 다 기억 해야 하잖아요.” 어린 정훈의 말처럼 365일 모든 것을 기억하며,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을 1초도 놓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 기억이 안개 낀 하늘처럼 흐릿하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눈앞에 그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이고 그 순간의 놀람 좌절 슬픔과 두려움이 느껴지는 이정훈의 삶을 통해
우리는 왜 망각이 신의 축복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신의 선물을 버린 여자 여하진 (문가영)은 그저 맑고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다.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 성인 여성 그것도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을 가진 여배우라기보다는
순수한 7살의 어린아이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성격도 끔찍한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의 선물이라는 ‘기억’을 버리는 데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견딜 수 없는 무게의 기억을 스스로 놓아버리는 해리성 기억상실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질병이자 소재이다.
이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기억 저편에 밀어두고 새로운 오늘을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에게 망각이 꼭 필요하다는 증거 일 것이다.
하지만 그 기억은 완벽하게 사라진 것이 아니다.
창고 한 구석에 방치 된 옛 일기장처럼 뇌의 한쪽 구석에 저장되어 있다가
의도치 않은 순간에 꺼내어 봤을 때 그 충격을 여하진은 어떻게 견디어 낼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사랑하는 여인 장서연(이주빈)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기억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많은 것을 통제하며 살아가는 정제된 생활에 여하진이 끼어들면서 이정훈은 통제력을 잃게 된다.
장서연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말을 말을 하는 여하진과 장서연이 겹쳐 보이며 혼란스럽지만
이정훈은 장서연이 그리운 만큼 여하진에게 이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과 겹쳐진는 모습에서 그를 찾는 실수를 우리는 흔히 범하니까.
기억을 지운 여하진은 장서연을 모른다고 했지만 실은 두사람이 절친한 친구였다는 사실을 서로 알게 된다면
이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그 남자의 기억법>은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인 기억을 극의 반전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두 주인공이 모두 가지고 있는 문제 즉 극의 주요 소재로 삼음으로써 기억과 망각에 대한 깊은 생각을 권한다.
또한 어떻게 해서든 기억하려 하는 이 시대에 망각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새롭다.
하지만 이정훈(김동욱)은 무례할 정도로 앞뒤 가리지 않고 감정적이고, 여하진(문가영)은 너무 철 없는 어린아이 같기만 해서 공감하기 어렵고 매력이 없다. 운명의 장난처럼 계속해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소중한 애인이자 친구였던 장서연(이주빈)을 잃은 상처를 서로 어떻게 치유해 나갈까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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