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에 대한 흥미를 잃었었다.
장르 불문, 국적 불문, 무슨 영화를 봐도 지루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가 살아 있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나는 아무리 화려한 액션에도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반복되는 그림에는 졸음을 이기기가 어렵다. 그래서 히어로물도 좋아하지 않는 편.
그래서 영화도, 영화관도 멀리하게 된 지 한참이 되었는데,
문득 내 삶에 큰 기쁨을 잃은 것 같아 속상해져 좋은 영화를 찾아보기로 했다.
왓챠가 내 취향에 맞을 것이라고 추천해주는 영화가 잘 맞는 편이라 왓챠에 대한 신뢰가 높다.
(그렇다고 넷플릭스를 구독 취소하진 못하고 있다. 언젠가 보고 싶은 것이 생기면..? 아쉬운 것이 싫다.)
왓챠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높은 별점을 준 영화 중에 왓챠 플레이에서 볼 수 있고,
또 내 취향에 맞다고 추천해 주는 영화를 보면 실패 할리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나 홀로 시작한 '다시 영화에 빠지기' 프로젝트 첫 번째 영화가 바로 '그린북'이다.
성공적이다.
역시,
내 Choice는 틀리지 않아 - IU (아이유) _ Leon (레옹)
그린북은 영화의 시작도 전에, 포스터에서부터 우리는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는 이미지를 주지만,
내가 본 그린북은 모든 집단에 대한 우리의 일반화, 편견에 대한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1960년대의 미국에서 흑인은 피고용인, 백인은 고용인일 것이라고 예상되지만,
그린북의 백인 토니 발레롱가는 나이트클럽을 관리하는 거친 말투와 주먹을 사용하는 인물로,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셜리 박사의 운전기사로 고용된다. 캐릭터에서부터 우리의 집단에 대한 일반화, 편견을 뒤집는 그린북은 영화 내내 우리가 생각하는 집단의 이미지가 아닌 집단 속 개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우리 모두는 다른 이야기와 생각을 가진 개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속해있는 집단의 위치와 색으로 규정되고 대우받는다는 사실이 굉장히 안타깝지만, 아무리 발버둥 쳐도 우리는 이 집단의 틀을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그 누가 아무리 우리를 집단의 위치와 색으로 규정하려 한다 해도 결국 우리는 개인이다.
그래,
우리는 집단 속 개인이다.
사랑스러운 부인. 사랑을 아는 사랑스러운 부인 돌로레스
돌로레스는 첫인상부터 강렬했다.
미국 사회에서 흑인에 대한 백인의 차별과 억압에 대항한 흑인 인권운동이 진행되던 1960년대,
다시 말해 백인들이 흑인을 차별하고 억압하던 그때 부인 돌로레스는 작업차 방문한 흑인 작업자들에게 음료수를 대접한다. 그를 통해 '나는 착한 사람이야.'하고 혼자 으스댄다거나 '이것 보세요! 내가 이렇게 착한 일을 했습니다.' 과시하지 않고, 사랑스러운 그녀는 차별 없이 시원한 음료수를 건넨다.
내가 정말 그녀가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한 것은 다음 장면에서인데,
남편 토니가 흑인 작업자들이 사용한 유리컵을 쓰레기통에 버린 것을 본 돌로레스는 그의 행동을 지적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말없이 유리컵을 꺼내 씻는다. 그 순간부터 이 캐릭터의 사랑스러움에 매료되었다.
이런 사람이 되고싶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 일지라도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쉽지 않지만 계속 마음에 담아 인지하고 있다면 가능하지.
다른 사람들이 꼽지 않는 명대사를 골라보려다가 역시 이 영화를 한 문장으로 보여주는 이 대사를 선택했다.
"충분히 백인 답지도 않고, 충분히 흑인답지도 않고, 충분히 남자답지도 않다면 그럼 난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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