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30년을 완벽하게 다른 환경에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던 완벽하게 다른 존재인 남자와 여자가
사랑이라는 완전하지 못한 감정을 울타리 삼아 사는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완벽한 부부가 있을 수 있을까?
이 드라마는 그 완벽한 부부라는 모순에서 시작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고산이라는 이 지역사회에서 가장 인정받는 병원의 부원장인 지선우(김희애)는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연하남’으로 오해받는 잘생긴 영화감독이자 자상한 남편이고 아빠인 이태오(박해준)와
완벽한 부부로, 거기다 중2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겪을 만한 시기임에도 다정다감하고 유순한 아들 이준영(전진서)까지 그야말로 완벽한 가정을 이루었다.
그녀의 독백대로 그녀를 둘러싼 모든 것이 완벽했다.
남편 이태오의 내연녀 여다경 (한소희)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기 전까지는 말이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종합병원 부원장인 지선 우와 벌지는 못하고 부인 돈으로 엔터테인먼트 회사 사장의 자리에 앉은 이태오의 결혼은 누가 보아도 지선우 쪽으로 기우는 결혼이다.
그런데도 지선우는 나에게 완벽한 결혼 생활, 가정생활을 선사하는 이태오를 존중하고
그의 정돈되지 않은 행동에도 흔한 잔소리 한번 하지 않으며 헌신한다.
그만큼 그녀에게 이 가정은 소중하고 가치 있던 것이다.
그만큼 소중한 가정을 지키던 울타리인 이태오의 일편단심이 부서진 것을 아는 순간
그녀는 그토록 소중한 나의 완벽한 가정이 한낱 show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모든 이가 그렇듯 충격을 감당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지선우는 남편에게만 배신을 당한 것이 아니라 그녀의 주변 모든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것에 그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임신후 결혼 생활을 시작한 ‘고산’이라는 지역 자체가 남편 이태오의 홈그라운드다.
그렇다 보니 지선우 주변의 모든 인물은 남편의 동창 남편의 사람이고,
그러니 허물없이 친하게 지낸다 생각했던 모든 주변인이 나의 사람이 아닌 모두 그의 편인 것이다.
그렇게 주변 모든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지선우는 자신과 정 반대의 삶을 살아가는 하지만 현재 자신의 모습과
굉장히 닮아 있는 바텐더 민 현서(심은우)에게(심은우) 연민과 동정을 느낀다.
이미 깨어져 자신에게 상처만을 주는 관계를 사랑 그리고 그 관계를 지켜온 시간과 노력이 아까운 마음에
놓지 못하는 그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 일 것이다.
이태오. 이 모자란 남자는 사랑이 아닌 순간의 욕망이었다 하면 용서할 수 있다는 지선우가 마지막으로 내민 손도 외면해버린다. 여다경과의 관계는 사랑 아닌 욕정이었다 하지 않는 이태오는 지선우가 주는 이 안정감을 버리고 여다경에게 갈 수 있을까? 그럴 수 없을 것이다. 애초에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우러러보는 24살 여다경에게 끌린 이유는 지선우의 존재 때문이었을 테니. 집안의 가장으로서 단단한 경제적 능력으로 가정을 보살피고 싶지 않은 남자가 어디 있을까. 그런데 그럴 능력은 없고 그러고자 하는 욕심만 있는 이 찌질한 남자 이태오는 능력 있는 부인 지선우에게 자격지심을 느꼈을 것이다. 그럴수록 자신의 욕심을 채워줄 나를 우러러보는 어린 여자가 필요했을 것. 나에게 엄마처럼 나의 지붕이 되어주는 지선우가 아닌 나를 기둥으로 여기는 주춧돌 같은 여자 여다경이 필요했던 것. 그러니 이태오에게 지선우가 없으면 여다경도 없다.
부부의 세계는 보는 내내 지역 사회 커뮤니티와 파티 문화 같은 부분에서 미드 같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BBC의 드라마 닥터 포스터가 원작이었다. 영국 드라마가 원작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적인 정서에 반하지 않으면서 사건 전개가 빠르고 시선을 잡아두는 느낌으로 잘 풀어냈다. 게다가 오랜만의 배우 김희애의 연기는 모든 감정을 놓치지 않고 표현하여 시청자가 끝까지 집중할 수 있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과제를 하며 본 드라마 6편 중에 유일하게 과제와 상관없이 계속 보고 싶은 작품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며 흥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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